침이 고인다, 김애란





침이 고인다, 침이 고인다

어떤 의미일까? 제목만 들으면 음, 잘 모르겠다 식욕에 관한 것인가?
식욕에 관한 거라면 성욕에 대한 은유인가? 거참 어렵다
그래서 처음에 제목만 들었을 때, 썩 맘에 들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조대한테 김애란 작가에 대해서 물었던 적이 있다
좋고, 주인공이 다 비슷비슷해서 굉장히 자전적인 느낌이 난다고 했던가
그리고 김애란 작가 초청회를 맞이하여, 반디로 달려가 한 권을 샀다
왠지 빌리기보다는 사는 편이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왠지 모를 예감은 적중했다, 아 세상에 이렇게 좋을 수가
스물넷, 지금의 내가 만난 이 한 권의 책은 딱 나와 같았다
슬퍼도 재미있고, 아프지만 키득거리게 되는 나름대로의 낙천주의가
이 책 구석구석에 살짝씩 배어났다 

그녀가 '공간'과 '엄마', '아버지'를 향해 갖는 애정은 꽤나 농도가 짙다 
잡고 좁은 '공간' 속에 소담스럽게 놓여진 추억과 마음, 감정, 고독
그러나 어디까지나 우리는 그 '공간' 속에서 살고 밥을 먹고 자고 어쩌면 죽는다 
그래서 더 아프고, 더 마음이 가며, 더 눈에 밟히는지도 모르겠다
정말, 이 소설을 그리고 이 작가를 좋아하지 않을 수 있을까?

실제로 만난 그녀는 굉장히 귀여웠다 작고 마르고 예쁘장한 
우선 네이버의 말도 안되는 프로필 사진부터 좀 내려달라고 !!!
그녀의 강연 아닌 강연 이야기를 조금 전하고자 한다 
누구를 위해서가 아니라, '온전히' 기억력이 은근히 짧은 나를 위해서

She said,
좋은 글의 재료란 특별하기보다는 일상적이다
 그래서 특별한 사람들보다 그냥 평범한 사람들, 그러나 따뜻한 사람들
'피에 쌀뜨물이 흐르는 인간'에 대한 애정을 지니고 그들을 바라본다 
 
대학교 1학년 시절, 그녀는 수제 시집을 만들었다고 한다
하나 하나 다 모아서 직접 표지도 만들고 친구에게 추천사를 받기도 하고
'창피시선'이라는 묘령의 출판사 이름도 만들어 붙이기까지 했다고
가끔은 거장에게 압도당하고 싶은 노예 심리를 느끼기도 했고
극작과 출신이라, 매체가 사람의 육체인 희곡의 짜릿함을 만끽하기도 했고
그러나 어떤 작품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았냐는 질문에는
너무 많아서 정하기 어렵지만 '동기들'의 자극을 많이 받았다고 답했다
또래작품에 진심으로 반할 수 있는 능력, 그런 눈과 귀, 그리고 질투를 가져야 한다고
좋은 작품은 질투나게, 나쁜 작품은 안도하게 만드니까

첫 문학상을 타고 등단했을 때, 처음으로 수제 가죽구두를 사 신고
폴짝폴짝 뛰다가 절뚝거리던 기억도
동기들과 함께 종로거리를 누비던 기억도
선배가 어느 후미진 빵집에서 산 케이크의 쉰 행주 맛도
모두 알뜰하게 기억하고 담아둔 그녀의 알뜰한 삶이 부러워진다

그렇게 책을 낸 그녀, 모든 작가들이 그러하듯 서점을 찾았다고 한다
그리고 모두 그러하듯 '수천만 책 중에 하나였구나'하며
아연해지는 순간을 대면한다고도 했다

개인적으로, 김애란 작가의 작품이 좋은 이유 중 꽤 큰 이유는 '재미있기' 때문이다
특유의 위트가 좋고 웃다 울다 울다 웃기는 그 능수능란함도 부러웠다
그녀가 그런 내게 말했다 '농담을 자주하는 사람은 겁이 많은 사람이 아닌가요'하고
바로 내가 그런 사람이다 모든 걸 웃어넘기는 게 가장 편하니까
농담의 미덕은 오히려, 현실이 바위고 상상과 농담이 풍선일 때,
바위에 묶인 풍선이 예쁘게 나풀거리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
결국 바위의 무게를 더욱 보여주는 것, 중력과 부력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주는 것
그렇게 말했다
 
많은 고민을 가지고 있을 때는
안 되고 안 풀릴 땐 '내가 된 적이 있었지'하고
두려울 때는 '내가 진지한 사람이구나'하고
생각해보라고도 조언해주었다

강연 중 가장 마음에 와서 박힌 이야기 중 하나는
약자와 가난이 더 문학적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였다
약자와 가난을 제 3세계 엽서처럼 애호하고 수집해서는 안된다고
인간과 소통 또한 관습적으로 편리하게 소비되어온 단어가 아닌가요? 한 그녀는
그 두 단어가 창백해진 낱말카드처럼 납작해진 것 같다고 슬퍼하기도 했다
은하 해방 전선의 감독과 배우의 말을 인용하기도 하면서
나도, 늘 그 점이 마음에 걸려왔기에 더더욱 도전을 받았다

강연 중 그녀의 마음에 남았다고 했던 두 가지 말을 적어보고자 한다
'쉽게 위로하지 않는 대신에, 쉽게 절망하지 않은 것'
- 김연수,『세계의 끝 여자친구』작가의 말 중에서
제가 세상을 대하는 예의입니다
-'당신에게 영화란 무엇입니까'란 정성일의 대답에 대한 한 영화감독의 대답

그리고 마지막으로 김애란 작가가 남긴 말은, 아직도 내 머릿속을 마음속을 휘젓는다
"다시 보게 되면 서로의 작품 때문에 질투가 나서 한밤중에 일어나 통곡을 하더라도
동시대에 같은 언어로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 늘 끊임없이 기뻐할 수 있도록"
노력하자는 것이었다

아, 글이 쓰고 싶어진다
김애란이 너무너무너무 질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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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과모히또 | 2009/11/27 09:25 | Booking Me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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